숨이 코로부터 들어와 아랫배에 닿을 때까지, 다시 코로 나가는 전체 과정에 마음을 집중하여 생각과 호흡이 하나가 되도록 일치시키는 것이 수식이다
큰 스님 말씀 (2002- 2020)
부처님 역시 중시탐욕 떨구고 도과 얻는 방법호흡법을 중심으로 설하고 있는 〈안반수의경〉을 보면 부처님 역시 호흡을 얼마만큼 중시했는지를 알 수가 있다.경의 첫머리에 ‘부처님께서 90일 동안 앉아 호흡법을 하시고 다시 90일 동안 사유하신 것은 자재한 자비를 얻고 뭇 중생을 도탈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듯 호흡의 목적을 자비심의 획득과 중생의 제도에 두고 있으며, 경명(經名)의 설명에 ‘안은 들이쉬는 숨을 말하고 반은 내쉬는 숨을 말하며, 생각과 숨이 함께 하는 것을 안반이라고 하고, 뜻이 한 곳에 집중된 것을 수의라고 한다. …안은 정(定)이 되고 반은 흔들리지 않게 함이며, 수의는 마음이 산란하지 않게 함이며, …수의는 우치를 부수고 지혜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여러 내용처럼 산란심을 가라앉히고 우치를 타파하며, 지혜를 얻어 청정한 무위법을 이루는, 곧 입문자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체로 삼고 있는 것이 호흡법이다. 부처님은 말할 때 쉬는 대식(大息)과 도를 생각할 때의 중식(中息), 사선(四禪) 등 도과를 얻은 상태의 호흡인 미식(微息)의 3종과, 도를 행하지 않은 잡식(雜息), 마음이 고요한 정식(淨息), 도를 얻은 도식(道息)의 3종 및 탐진치 3독을 버리지 못한 상태에서 쉬는 구식(垢息) 등 호흡의 종류들을 열거하시며 호흡이 탐욕을 떨어뜨리고 도과를 얻는 방법임을 설하고 있다. 호흡이 숨의 출입과 생각의 기멸(起滅), 육신의 생멸, 생사의 고해를 벗어나지 못했음 등을 헤아리게 하고, 이것이 탐심들을 그치고 도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이다.부처님께서 설하신 호흡법 중 중요한 것의 하나는 마음과 함께 행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누구나가 다 하는 것이 호흡이고, 보통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숨을 쉬면서 마음은 다른 것을 생각하지만 부처님은 생각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결코 공교한 호흡이 될 수 없다고 하고 마음과 호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경에는 짧게 들이쉬고 길게 내쉬는 이른바 입식단 출식장(入息短 出息長)의 호흡이 언급되어 있고, 현대의 일부 전적에서는 이를 부처님의 호흡법이라고 설하고 있는 내용들이 있다. 실제 이 호흡은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생각의 깊이를 더하며 지혜력을 증장시키는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초입자의 경우 무리한 호흡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부처님께서는 호흡의 길고 짧음, 호흡이 몸을 움직인다는 것, 미세함, 상쾌하고 그렇지 않음, 마음에 기꺼움과 그렇지 않음, 생각하는 바가 없고 버리는 것, 신명(身命)을 버리고 버리지 않음 등 모두 16가지의 호흡을 알아야 생각의 집중 내지는 그침을 얻을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몸 아래 마음 안정시켜., 산란심 제어하고 집중”
지난 번 수식관을 언급하며 기술하지 못한 내용을 첨언한다.〈안반수의경〉에서는 수식법을 하면서 호흡의 길이를 어느 정도 할 것인지, 또한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고 있는 부분이 없다. 다만 호흡의 장단에 대해서는 ‘숫자를 셀 때 마음이 산란하지 않으면 마땅히 느리게 하고 마음이 어지러우면 빠르게 해야 한다’고 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느 정도 경과하거나 숙달된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이므로 초보자가 이를 의식하고 처음부터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호흡의 길이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는 오늘날의 일부 지도자들이 설명하고 있는 7/10정도만의 방법이 효율적이다. 전체를 열로 나눌 때 일곱 정도만 들이쉬고 내쉬는 것으로 이는 평상시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쉬는 호흡의 길이라 한다.
호흡의 간격을 짧게 하면 깊은 호흡이 되지 못하고 숫자 세는 것도 조화롭지 못하며, 의식적으로 너무 길게 하면 망상이 쉽게 생겨 집중이 어렵고 세는 것도 곧잘 혼동하게 된다. 또 숨을 배에 가득차도록 들이쉬었다 완전히 내뱉으며 세는 방법 역시 무리하게 들이쉬고 내쉬어야 하므로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부드럽고 고요하며 미세한 호흡, 깊고 고른 호흡을 하되 안정된 상태에서 하는 평소의 호흡의 길이로 자연스럽게, 그리고 들이쉬고 내쉬는 숨에 마음을 집중하여 수를 세어야 하며, 이렇게 하다보면 호흡도 자연히 조금씩 길어지게 된다.
수식관을 하며 마음을 어디에다 둘 것인가는〈소지관〉등의 내용이 좋은 안내가 된다. 여기에서는 호흡을 바로 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들며 그중 하나로 ‘마음을 몸의 아래쪽이 안정시켜 거기에 정신을 집중하라’는 이른바 단전집중을 설하고 있는데, 안정적 마음 유지와 산란심의 제어, 잘못된 호흡법으로 인한 과환(過患) 등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혹자는 인간의 신체에 있는 어떤 관문을 연다고 하며 이마 등 몸의 특정 부위에 집중하는 것을 이야기하기도 하나 이는 선의 방법이 아니다.
여러 경전에서 밝히고 있음을 이미 언급했지만 호흡법은 초보자의 가장 기초적인 행법이자 숙련해야 할 사항이며, 수식관은 그 중의 한 방법이다. 이런 수식관에는 호흡을 생사의 요소와 인식 및 사상의 기본으로 보고, 그 셈을 통해 무상(無常)과 무아(無我), 고(苦), 공(空)의 본원경지로 들어간다는 종교적 철학적 의미도 깃들어 있다.
여러 계층의 지도에 의하면 수식관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요해졌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었으며, 목숨을 내걸 정도의 분심(憤心)과 대의단(大疑團)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는 여타보다 오히려 매우 효과적이었다. 입문법이지만 사람에 따라 아주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방법이기도 한 셈이다.
호흡·생각 일치시켜‘오욕락’을 멈추는 것〈안반수의경〉에 의하면 호흡과 관련된 중요 행법으로 세 가지가 언급되고 있다. 이미 기술한 숫자를 세는 수식(數息)과 서로 따르는 수식(隨息), 마음을 멈추는 지식(止息)이다. 경에서는 이 셋은 외부의 것이며, 내부의 관(觀)·환(還)·정(淨) 셋과 합해져야 도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여섯은 동시적인 것이 아니라 단계적인 것으로 마치 땅을 갈아 종자를 뿌려 열매를 얻는 것처럼 순서가 있으며, 수식(數息)은 생각을 차단하는 것, 수식(隨息)은 생각을 거두는 것, 지식은 생각을 일정하게 하는 것, 관은 생각을 제거하는 것, 환은 생각이 한결같게 하는 것, 정은 생각을 지키는 것이라 한다. 곧 바깥과 안을 차단하고 잘못을 그치며 모든 생각을 끊는 여섯의 차제적 방법이며, 그 중에 셋이 호흡법으로 설명되고 있는 것이다.수식(隨息)에 대해 경에서는 ‘숨과 호흡이 서로 따르는 것(相隨)’ 정도로만 언급되고 있을 뿐 자세한 설명은 없다. 그러나 ‘셀 때에는 생각이 숨에 있지만 세지 않을 때에는 생각과 숨이 각기 스스로 행동한다’, ‘숨이 수(數)를 얻지 못하여 잘못된 생각을 하면 함께 할 수 없게 된다. 잘못된 생각이 그쳐 수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어울려 생각을 같이 하는 것이다’는 내용으로 보아 호흡과 생각을 일치시키는 방법이 수식이다. 숨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에 마음을 집중하여 호흡에서 생각이 떠나지 않도록, 생각과 호흡이 하나가 되도록 하는 방법인 것이다. 다시 말해 숨이 코로부터 들어와 아랫배에 닿을 때까지, 다시 코로 나가는 전체 과정에 마음을 집중하여 생각과 호흡이 하나가 되도록 일치시키는 것이 수식이다. 지식은 숫자를 세는 것에 마음을 멈추는 것(數息止), 서로 따르는 것에 마음을 멈추는 것(相隨止), 코 끝에 멈추는 것(鼻頭止), 숨과 마음을 함께 멈추는 것(息心止)의 네 가지가 있다. 여기서 지(止), 곧 멈춘다는 것은 숨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오욕락이나 여섯 감각기관의 활동을 멈추는 것을 말한다. 특히 대표적으로 비두지가 설명되고 있는데, 이는 코 끝에 온 마음을 집중하여 숨의 출입을 살피는 것으로 그것은 모든 것이 코를 통해 출입하기 때문이라 하며, 여기에 마음을 두게 되면 악한 마음이 들어오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고, 또한 그것을 막아 그치게 할 수가 있기 때문이라 한다. 〈안반수의경〉에 의하면 오늘날 일부에서 지도하면서 지식법으로 가르치고 있는 방법, 즉 들이쉬고 숨을 멈춘다든가 내쉬고 멈추는 것, 몇 초를 멈추어야 한다는 것 등 숨을 멈추는 것을 지식법이라 하고 있는 것은 바른 방법이 아니다. 또한 ‘쓸데없이 다만 지(止)하려고만 하는 것은 공(空)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경의 가르침에도 유의해야 하며, 어느 호흡법도 절대시해서는 안된다.